막힘 가운데 가장 당황스러운 것이 역류입니다. 내 집에서 흘려보낸 물이 아닌데도 배수구로 더러운 물이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광주 서구 화정동, 금호동, 유덕동처럼 아파트가 모인 동네에서는 대개 1층이나 저층 세대가 먼저 겪고, 상무지구 업무·상업 건물에서는 맨 아래층 화장실이나 가게 바닥 배수구로 물이 배어 나오기도 합니다. 역류는 한 번 시작되면 물을 쓸 때마다 되풀이되므로 처음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이 넘치기 전후로 눈에 띄는 모습을 하나씩 짚어 보겠습니다.
윗집이 샤워하거나 빨래할 때마다 우리 집 배수구 덮개가 들썩입니다
세로관을 타고 내려온 물은 건물 맨 아래 가로관을 지나 밖으로 나갑니다. 그 가로관이 좁아지면 내려온 물이 갈 곳을 잃고 되돌아오는데, 그때 가장 먼저 물을 받는 출구가 저층 세대의 배수구입니다. 처음에는 물소리와 함께 덮개가 들썩이거나 거품이 잠깐 올라왔다 가라앉는 정도입니다. 그러다 막힘이 커지면 구정물이 실제로 바닥에 넘칩니다. 우리 집 관에 아무 탈이 없어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 덮개를 청소하는 것만으로는 멈추지 않습니다. 덮개 위에 무거운 물건을 올려 눌러 두면 물이 다른 배수구로 옮겨 갈 뿐이니 그렇게 막지는 마십시오.
베란다 배수구 둘레에 회색 얼룩이 둥글게 남아 있습니다
물이 올라왔다가 다시 빠지고 나면 배수구 둘레에 얼룩이 둥글게 남습니다. 낮에 집을 비우는 가정에서는 역류가 있었던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이 자국을 보고서야 알아차리곤 합니다. 세탁기 배수가 베란다로 이어져 있다면 그 물에 다른 세대 물이 섞여 올라왔을 수도 있습니다. 얼룩을 본 날짜와 위치를 사진으로 남겨 관리실에 전해 두시면, 같은 라인의 다른 집과 비교할 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저녁 설거지가 몰리는 시간에만 구정물이 올라옵니다
여러 세대가 같은 시간대에 기름진 설거지물과 목욕물을 함께 흘려보내면 아래 가로관이 버틸 수 있는 양을 넘습니다. 평소에는 겨우 견디던 관이 한꺼번에 몰린 물을 넘기지 못해 저층 쪽으로 되밀어 올리는 것입니다. 명절 연휴 끝이나 저녁 시간처럼 특정한 때에만 되풀이된다면, 관이 이미 꽤 좁아져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번에 더 크게 넘치기 전에 공용 부분을 손보는 편이 낫습니다. 주로 몇 시쯤 올라오는지 관리실에 알려 두시면 막힌 구간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가 건물 맨 아래층 화장실 바닥으로 물이 배어 나옵니다
상무동과 치평동 일대 업무 건물은 여러 층이 하나의 세로관을 같이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층에서 흘려보낸 물티슈와 탕비실 기름이 아래층 가까운 곳에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맨 아래층 화장실 바닥 배수구가 먼저 젖습니다. 위층 가게 주방 기름이 아래층으로 내려와 굳는 일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위층 사용을 잠시 멈춰 달라고 안내하고, 관리실과 함께 건물 아래 점검구 위치를 확인해 두셔야 합니다. 가게라면 영업을 마친 뒤로 작업 시간을 맞출 수 있으니 편한 때를 말씀해 주십시오.
구정물이 거실이나 방 쪽으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세탁기와 샤워, 설거지를 비롯해 집 안에서 물 쓰는 일을 한꺼번에 멈춰 주십시오. 바닥 가까이 꽂힌 멀티탭과 전기 제품은 높은 곳으로 옮기고, 수건이나 걸레로 물길을 막아 번지지 않게 둘러 둡니다. 아이나 반려동물이 젖은 바닥에 닿지 않도록 방문을 닫아 두시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그다음 관리실에 알려 다른 세대도 같은 일을 겪는지 물어보십시오.
현장에 가면 물이 어디서 멈췄는지부터 가립니다. 세대 안쪽 관인지 공용 가로관인지 나눈 다음, 점검구로 스프링을 넣어 막힌 덩어리를 풀고 관 벽의 기름때는 고압세척으로 씻어 냅니다. 배수구에 약품을 부으셨다면 무슨 제품인지 확인한 뒤에 손을 댑니다. 작업 금액은 시작하기 전에 정해서 알려 드리고, 정한 그대로 받습니다. 자정을 넘겨 물이 차오르든 주말이나 공휴일에 터지든 장비를 싣고 찾아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관리실 업체를 기다려야 하나요, 직접 불러도 되나요?
건물마다 정해 둔 방식이 다르니 관리실에 먼저 알리고 어떻게 진행할지 물어보십시오. 직접 부르실 때는 작업한다는 사실을 관리실에 꼭 전해 두셔야 나중에 오해가 생기지 않습니다.
올라온 물에 젖은 물건은 어떻게 하나요?
오수가 닿은 것이니 닦아 낸 다음 소독하고 충분히 말려 주십시오. 바닥재 아래로 스며든 물은 겉이 마른 뒤에도 남아 있을 수 있어 따로 살펴보셔야 합니다.
베란다로 넘친 물이 한 시간쯤 뒤 스르르 빠졌는데 이대로 지내도 되나요?
물이 내려갔다고 해서 좁아진 관이 다시 넓어진 것은 아닙니다. 아래 가로관이 좁아진 채로 남아 있으면 물을 많이 쓰는 때에 다시 올라옵니다. 언제 어디로 올라왔는지 적어 두셨다가 상담 때 알려 주십시오.
